밤 11시 59분에 뛰어내릴 거예요. 그대의 시간과 내 시간의 오차가 있을 수 있겠지만 자정엔 그대의 폐부를 어지르는 불꽃이었으면 해요.
오늘이 나보다 더 오래된 생을 가졌다 한다. 오늘이 가도 오늘이 남는 생, 말하자면 일백 년 동안의 오늘을 가지고 태어난 날도 오늘이었고 나는 다만 오늘의 산책자 중 하나일 뿐 영원이 아니다. 파랗게 응고되어 가는 유리창, 오늘은 비가 내렸고 오늘은 비가 그립다. 오늘은 네가 있고 그러나 오늘은 네가 없다. 네가 없어서 마음은 대기를 가질 수 없고 너를 낭비하여 쏟아 부운 울음은 목에 걸리지도 않고 흘러나간다. 애초에 시간이 아닌 네가 오늘의 존재일 리 없고 나의 소멸이 너인 줄 오늘은 알았으랴. 오늘의 부음이 오늘에 당도할 때까지 못 견디는 것이 시간이라 걷는다. 한시름 한시름 발육하듯 흘러서 내 신경질적인 촉수가 봉분처럼 둥그스름해질 때까지 시간의 귓바퀴 꼭꼭 깨물며 걷는다.
밤 11시 59분에 뛰어내릴 거예요. 그대의 시간과 내 시간의 오차를 이해하며 일 분 동안 낙하하고 찰나에 스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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