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그대

봄은 밤도 아름답다는

누군가의 말이 떠오르는

지금은 너무나도 황홀한 밤이어요

열린 창 사이로

달콤한 바람이 밀려오네요

당신을 처음 만난 그해 봄

그대와 나 사이를 수도 없이 들락거리던

바람을 꼭 닮았어요

정말이지 그토록 달콤한 바람은 난생처음이었어요


친애하는 그대

당신을 만난 후로

벌써 몇 번의 아름다운 봄이 지나가버렸지만

아직 알지 못하는 게 하나 있어요

해마다 봄이면

사람도 풍경도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무엇까지도

달콤하다는 생각을 하는 이유가

아름다운 당신과의 인연 때문인지

불안할 만큼 설레게 했던 수수꽃다리 향기 때문인지

도통 내 마음을 나도 알 수가 없어요


친애하는 그대

수수꽃다리 그윽한 봄밤에

나는 그만 집도 잊은 채 그대에게 편지를 띄워요

하고픈 말이 너무나도 많아 쓰지 못한 편지지 위로 

꽃송이들이 앞다투어피어나네요

어여쁜 꽃에 반하고 향기에 취한 나는

나이도 잊은 채

그대에게로 가는 영혼의 다리를 단숨에 만들고는

한 걸음에 달려가요

빛보다 더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내 마음을 보았는지

저만치서 공기보다 더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그대가 보이네요


친애하는 그대

이제 어디에도 불안한 설렘은 없어요

그리운 우리

애틋한 우리

사랑하는 우리만이 있을 뿐

오늘 바람곁에라도

친애하는 그대에게 띄우는 봄 편지 전해 받거든

그대 부디 잘견디고 있노라 소식 주세요

'Metaphor'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안, 미제레레  (0) 2017.09.19
허연, 좌표평면의 사랑  (0) 2017.09.19
전윤호, 수몰지구  (0) 2017.09.19
김경미, 다정이 병인 양  (0) 2017.09.19
황경신, 무거운 편지  (0) 2017.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