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잘 있어요.
잘 웃고, 잘 먹고, 잘 죽어요.
어제는 왜 나를 빚었나요? 내가 두 개나 필요했나요?
그러나 안녕? 나는 웃어요.
접시가 깨져도, 발톱이 자라나도, 오줌을 싸면서도.
아아, 나는 하품을 하면서도 눈을 동그랗게 뜨죠.
발에 차이는 많고 많은 나를 하나만 집어 삼켜 주세요.
그리고 인사해요, 안녕?
내 꼬리를 떼어 목에 걸어주세요.
리본으로 묶어주세요.
꽁지가 빠진 나 같은 건 쓰레기통 속에 넣어 주세요.
그러나 살며시 넣으며서 인사해 주세요, 안녕?
웃고 있니, 안녕?
부다페스트에선 내가 한 명이래요.
그곳에선 절대로 웃을 수 없다고 해요.
밤이 되면 사타구니 사이에서 혹처럼, 버섯처럼 슬픔이 돋아나고,
난 곧 남자가 될지도 모른대요.
부다페스트에선 안녕? 하고 인사하는 건 반칙이래요.
무너지는 겨울 숲에서, 머리가 홀랑 벗겨진 늙은 나무들만
안녕? 말하고 죽는대요.
바람이 불고, 낡은 아버지 같은 건 흔적도 없이 진대요.
아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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