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phor

김성태, 눈동자

2017. 9. 22. 15:49

눈동자에도 향이 있다.

 

*

 

이를테면 이글루에 사는 에스키모의 눈동자는 설향이고

고비사막을 횡단하는 탐험가의 눈동자는 모래향이다.

간혹 눈동자는 거주하는 풍경과는 다른 향을 품기도 하는데 그것은 눈동자가 동경하는 쪽으로 날아가기 때문이다.

 

*

 

사랑이 그리운 동자승의 눈동자를 들여다본다.

사랑이 그리운 동자승의 눈동자는 바깥쪽 원이 안쪽 원을 조밀하게 껴안고 있다.

절간 앞에 놓인 연못으로 간다. 뾰족한 돌을 던진다.

맑은 물고기가 그리운 나의 눈동자는 파문이다.

 

*

 

눈동자 속으로 내시경을 내려 보내면

강우량 없는 눈동자는 없다.

죽음을 연습한다; 살아서 관 속에 몸을 집어넣어 본다.

시계태엽이 거꾸로 감기며

눈동자의 향은 사라지고

눈동자의 무늬가 지워진다.

세상이 보이지 않는 내각에 나는 있다.

눈동자 안에는 분노가 없다.

눈동자가 고요하다.

 

*

 

태양을 오래 연모한 나의 눈동자는 백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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