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phor

강인호, 봄안부 2

2017. 9. 20. 14:26

하도 오래 전 일이라 지금은 

기억이나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언젠가 한계령 산벚꽃길 칠십 리 

연둣빛 숲에 번지는 분홍빛 얘길 

해 주신 적이 있었지요 


얼룩이 번지는 것만 알고 있던 제게 

그 봄빛이 참 애잔하게 그려졌었어요 

그 후로 노을빛 물드는 해거름이거나 

산길이며 강변길 감추는 안개를 만나면 

번지다 라는 그 단어가 생각나곤 했어요 


한 때 선생님 가슴으로 번지고 싶었던 

제 봄빛을 눈치 채셨는지 모르겠어요 

까맣게 모르고 계셨어도 이제는 괜찮아요 

벌써 몇 번의 봄이 제 곁을 다녀간 걸요 


그래도 이렇게 봄빛 깊어지고 짙어지면 

올 봄에도 선생님은 거기 다녀오셨을까 

연둣빛 숲에 번지는 분홍빛은 여전한 지 

한계령의 늦은 봄빛이 궁금해지곤 해요 


어둑해진 숲길로 혼자 산책 다녀오다 

소쩍새소리 들리기에 어찌 지내시는지 

문득 선생님의 안부가 궁금해졌어요 

올 봄에도 선생님 가슴 속의 봄빛은 

아름답게 번지고 곱게 스며들었는지 

얼마 남지 않은 봄날도 잘 지내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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