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오래 전 일이라 지금은
기억이나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언젠가 한계령 산벚꽃길 칠십 리
연둣빛 숲에 번지는 분홍빛 얘길
해 주신 적이 있었지요
얼룩이 번지는 것만 알고 있던 제게
그 봄빛이 참 애잔하게 그려졌었어요
그 후로 노을빛 물드는 해거름이거나
산길이며 강변길 감추는 안개를 만나면
번지다 라는 그 단어가 생각나곤 했어요
한 때 선생님 가슴으로 번지고 싶었던
제 봄빛을 눈치 채셨는지 모르겠어요
까맣게 모르고 계셨어도 이제는 괜찮아요
벌써 몇 번의 봄이 제 곁을 다녀간 걸요
그래도 이렇게 봄빛 깊어지고 짙어지면
올 봄에도 선생님은 거기 다녀오셨을까
연둣빛 숲에 번지는 분홍빛은 여전한 지
한계령의 늦은 봄빛이 궁금해지곤 해요
어둑해진 숲길로 혼자 산책 다녀오다
소쩍새소리 들리기에 어찌 지내시는지
문득 선생님의 안부가 궁금해졌어요
올 봄에도 선생님 가슴 속의 봄빛은
아름답게 번지고 곱게 스며들었는지
얼마 남지 않은 봄날도 잘 지내주셔요
'Metaphor'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성우, 자작나무 숲에서 (0) | 2017.09.20 |
---|---|
강인호, 장미원에서 (0) | 2017.09.20 |
강인호, 봄 안부 (0) | 2017.09.19 |
정영, 때로는 나에게 쉼표 (0) | 2017.09.19 |
서덕준, 인공위성 Y (0) | 2017.09.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