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펄럭이는 하늘의 몇 겹 뒤
보이지 않는 날의 하늘이 있다는 걸
열린 창문 너머로 새어나오는 빛 속
무덤에서 갓 태어난 흰 손이 돋아나는 걸
인사의 언어가 연한 공기막에 잡힐 때
그대의 귓바퀴에 걸린 몇십만 년 전 죽은 색
입술이 동그랗게 길어질 때
무너진 천장 위로 쏟아지는 눈보라
봄 연한 뒷면 번지는 푸름
식탁 위 상한 빵처럼
오래 머금은 훈기로 물기 어린
눈동자 뒤 긴 나무의 그림자
세계의 지붕을 딛고 지나가는
흔적으로 발자욱
발가락을 붙잡고 외로워질 때
기록되지 않는 고어로 흩어진다는 걸
폐허의 골격을 지닌 사람이
방금 그대 곁을 스쳐지나갔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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