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펄럭이는 하늘의 몇 겹 뒤

보이지 않는 날의 하늘이 있다는 걸

 

열린 창문 너머로 새어나오는 빛 속

무덤에서 갓 태어난 흰 손이 돋아나는 걸

 

인사의 언어가 연한 공기막에 잡힐 때

그대의 귓바퀴에 걸린 몇십만 년 전 죽은 색

 

입술이 동그랗게 길어질 때

무너진 천장 위로 쏟아지는 눈보라

 

봄 연한 뒷면 번지는 푸름

식탁 위 상한 빵처럼

 

오래 머금은 훈기로 물기 어린

눈동자 뒤 긴 나무의 그림자

 

세계의 지붕을 딛고 지나가는

흔적으로 발자욱

 

발가락을 붙잡고 외로워질 때

기록되지 않는 고어로 흩어진다는 걸

 

폐허의 골격을 지닌 사람이

방금 그대 곁을 스쳐지나갔다는 걸

'Metaphor'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정민, 눈빛  (0) 2017.09.24
김승일, 피뢰침  (0) 2017.09.24
박철웅, 스펙트럼· 1  (0) 2017.09.24
정지우, 발소리를 포장하는 법  (0) 2017.09.24
박지혜, 아침  (0) 2017.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