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phor

성동혁, 口

2017. 9. 22. 23:33

당신이 날 재앙으로 인정한 날부터 언덕마다 달이 자라났네.


슬리퍼는 낙엽을 모방하며 흩어지고 모이고 계절은 용서까지 치달았다.


창세기를 여러 번 읽어도 나는 가위에 눌렸다.

난간에 심은 바람에 대해 변명하지 못 했다.

신앙과 종말을 함께 배워 불안하진 않았다.


페달을 밟을 때마다 나오는 허망은 나의 궤도이다. 입을 닫아야 들리는 곡선.

죄가 유연하고 둥그렇다.

달이 찰 때마다 미안한 것들이 생긴다.


죄를 앓고 난 뒤 쿨럭쿨럭 보라색으로 자란 바람이

살 나간 우산 안의 그림자를 밀쳐 내고

몸을 디밀며 안녕?


당신이 옆집에 살았으면 좋겠다.

종량제 봉투 안에 가득 찬 악몽을 들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눈인사를 할 수 있도록 새벽 기도를 나가지 않고도

자라난 달을 버릴 수 있도록

둥글 네모스름한 초인종을 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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