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날 재앙으로 인정한 날부터 언덕마다 달이 자라났네.
슬리퍼는 낙엽을 모방하며 흩어지고 모이고 계절은 용서까지 치달았다.
창세기를 여러 번 읽어도 나는 가위에 눌렸다.
난간에 심은 바람에 대해 변명하지 못 했다.
신앙과 종말을 함께 배워 불안하진 않았다.
페달을 밟을 때마다 나오는 허망은 나의 궤도이다. 입을 닫아야 들리는 곡선.
죄가 유연하고 둥그렇다.
달이 찰 때마다 미안한 것들이 생긴다.
죄를 앓고 난 뒤 쿨럭쿨럭 보라색으로 자란 바람이
살 나간 우산 안의 그림자를 밀쳐 내고
몸을 디밀며 안녕?
당신이 옆집에 살았으면 좋겠다.
종량제 봉투 안에 가득 찬 악몽을 들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눈인사를 할 수 있도록 새벽 기도를 나가지 않고도
자라난 달을 버릴 수 있도록
둥글 네모스름한 초인종을 달고.
'Metaphor'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용미, 풍경의 해부 (0) | 2017.09.23 |
---|---|
신해욱, 한없이 낮은 옥상 (0) | 2017.09.22 |
이제니, 별 시대의 아움 (0) | 2017.09.22 |
이영광, 사랑의 미안 (0) | 2017.09.22 |
고은강, 일백 년 동안의 오늘 (0) | 2017.09.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