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들이 네 얼굴을 하고 눈앞을 스치는
뜬눈의 밤
매우 아름다운 한자를 보았다
영원이란 말을 헤아리며 옥편을 뒤적대다가
조용히 오는 비 령(零)
마침 너는 내 맘에 조용히 내리고 있었으므로
령, 령, 나의 零
나는 네 이름을 안았다 앓았다
비에 씻긴 사물들 본색 환하고
넌 먹구름 없이 날 적셔
한 꺼풀 녹아내리는 영혼의 더께
마음속 측우기의 눈금은 불구의 꿈을 가리키고
零, 무엇도 약정하지 않는 구름으로
형식이면서 내용인 령, 나의 령, 내
영하(零下)
때마침 너는 내 맘속에 오고 있었기에
그리움은 그리움이 고독은 고독이 사랑은 사랑이 못내 목말라
한생이 부족하다
환상은 환상에, 진실은 진실에 조갈증이 들었다
령, 조용히 오는 비
밤새 글을 쓴다 그를 쓴다
삶과의 연애는 영영 미끈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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