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나니, 아담.
거룩한 아버지가 나를 때릴 때마다
우리가 함께 숨어들었던 에덴모텔을,
에덴시장 삼천 원짜리 전기구이 닭을 발라주며
내 마른 가슴과 성기까지 꼼꼼히 발라먹던 일을.
잊었니, 아담.
너와 함께 빚어진 흙의 여자를,
태초의 너의 신부를.
그런데 너는 왜
네 뼈로 만든 딸과 놀아나고 있니.
모르겠니, 아담.
부추처럼 파릇파릇하던 젊음이 사라진 건
네가 흘리고 간 수많은 아담들이
나를 어미라 착각했기 때문이야.
또 다른 아담과 또다른 아담의 또 다른 아담들이
시커멓게 곪은 피와 불면의 밤들로 늘어진
나의 살덩이를 아귀아귀 파먹었기 때문이야.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니, 아담.
나를 기억해 줘.
내 이름을 불러 줘.
나를 안아줘.
나를 사랑해 줘.
내 안에 불타는 칼을 꽂아줘.
죽었니,
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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