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phor

최현수, 릴리트

2017. 9. 20. 21:53

기억나니, 아담.

거룩한 아버지가 나를 때릴 때마다

우리가 함께 숨어들었던 에덴모텔을,

에덴시장 삼천 원짜리 전기구이 닭을 발라주며

내 마른 가슴과 성기까지 꼼꼼히 발라먹던 일을.


잊었니, 아담.

너와 함께 빚어진 흙의 여자를,

태초의 너의 신부를.

그런데 너는 왜

네 뼈로 만든 딸과 놀아나고 있니.


모르겠니, 아담.

부추처럼 파릇파릇하던 젊음이 사라진 건

네가 흘리고 간 수많은 아담들이

나를 어미라 착각했기 때문이야.

또 다른 아담과 또다른 아담의 또 다른 아담들이

시커멓게 곪은 피와 불면의 밤들로 늘어진

나의 살덩이를 아귀아귀 파먹었기 때문이야.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니, 아담.

나를 기억해 줘.

내 이름을 불러 줘.

나를 안아줘.

나를 사랑해 줘.

내 안에 불타는 칼을 꽂아줘.


죽었니,

아담?


'Metaphor'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연준, 안녕?  (0) 2017.09.20
기형도, 오래된 서적  (0) 2017.09.20
이현호, 령  (0) 2017.09.20
김혜순, 열쇠  (0) 2017.09.20
윤의섭, 부러짐에 대하여  (0) 2017.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