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자작나무 숲은 한 편의 서정시다

이 숲을 수식하는 먼 능선을 배경으로

순백의 눈발이 찍고 간 자작의 언어를 본다

그루마다 다른 행의 굽이를 가진

미백의 그늘에 기대서면 

나는 한그루 올곧은 나무가 된다

퇴고 때마다 잘려나간 숫한 곁가지

서로 상처주지 않을 만큼의 간격으로

하늘을 소유하며 바람을 듣고있다

허공을 받아 적고 있다

자· 작· 나· 무라 쓴다

나 언제 저토록 절제하며

귀 열어준 적 있었던가

내 시詩는 여백이 없다

먼 길 돌아 이 숲에 당도하여

돌아가고 싶을 때

놓아버리고 싶을 때

잘라버린 것들이 목청 높이는 곳

잃어버린 것들이 길을 터주는 곳

자작나무를 흔드는 것은

바람이 아니라 새 봄의 수은주이듯

나를 흔드는 것은

숲을 수식하는 겨울 능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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