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너는 천사의 웃음으로 최선을 다해 울었다

그림자를 얻었으므로


2

내 어머니의 먼

최초의 어머니는 어느 별의 티끌이었지

홀연 몸 사라지고 뿌연 정신으로 떠있었어 그녀는

몇 겹 투명한 무게를 채우며 허공을 메워나가기 시작했지

제 그림자가 제 몸을 깎는 열 개의 달을 묵묵히 걸었던 거야

그동안 별들이 수시로 지고

지나온 맨발자국마다 환한 그림자가 넘쳐흘렀어

죽음보다 더 독한 그녀

단내 나는 고통을 삼키며

어떤 모양의 또 다른 사랑을 품에 안았을까

그녀의 첫 남자는 태양이었어


3

그녀도 한때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었지

침침하게 돌아오는 태양의 집은 너무도 쉽게 어두워졌어

저녁마다 그녀는

긴 머리채를 풀어헤쳐 조금씩 불사르며

태양의 검은 화구에 자신의 불씨를 묻어주었지

그렇게 사그라져 내부 깊숙이 부유하는 유형지가 된

은비늘 더미는 녹록하지 않은 생활 앞에

울음마저 무릎 꿇으려할 때

바닥에서 솟구쳐 오르는 투명한 독백이야

비극의 그 끝 카타르시스를 위한 무대의 주인공이지


4

밤이면 어둠을 차려입은 별들이 흰 국화 얼굴로

빈 안구에 조문을 다녀가고 우리

서로의 얼굴에 조등을 밝혀들고 낮을 견딘다

이렇게 지구는 매일 상가喪家와 같은데

깊은 잠속에서 내 몸 어딘가 근지럽고

아득해진 무수한 별들이 내 정적의 이마를 깨뜨리며

하얗게 쏟아질 때 나는

갓 태어난 아이의 모습으로 아직 눈 감고 생각한다

‘별의 티끌이 나에게까지 흘러왔구나’


5

깔깔한 눈물이여, 고단한 내 영혼을 탕진하라

무능으로 봉인된 육체는 오직

우리가 끌고 가는 검은 문짝이 단 한번 열릴 때까지

시간의 기둥을 녹이며 흘러내릴 뿐이다

불행할 이유가 있어 젖은 심지는 아직 희망이다

절룩이는 불꽃이여,

차가운 광장의 이 어둠을 핥아다오-

'Metaphor'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경미, 다정이 나를  (0) 2017.09.19
이성웅, 자작나무 숲에서  (0) 2017.09.19
김안, 미제레레  (0) 2017.09.19
허연, 좌표평면의 사랑  (0) 2017.09.19
이희숙, 친애하는 그대에게 띄우는 봄편지  (0) 2017.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