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하나의 동굴, 비명을 지르기에는 0.5mm 구멍이 너무 좁아요 적극적으로 침묵하는 당신은 아슬아슬 절벽 같은 남자 두 개의 다리를 가진 동물의 혀는 언제나 나를 지치게 하죠 왜 이렇게 조용하지 아이들의 노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요 이봐요, 다른 쌍둥이들을 넣어 줘요


 당신은 동굴에 난 구멍을 나로 메웠어요 내 몸의 사슬에 꼼짝없이 갇혀 버렸어요 감정마저 묶인 나는 당신의 포로, 0.5mm 땅과 0.5mm 하늘이 주어졌어요 힘을 모아 찍어내는 욕망의 발자국들은 100도의 뜨거운 노동처럼 언제나 똑같아요 화선지처럼 번지지 않고 입술처럼 부드러운 살갗이 단단하게 무너졌어요


 호출하지 않는 그리움은 무인도의 로빈슨 크루소 같아요 더 좋은 희망으로 발바닥 밑 나의 자리로 들어갔죠 낮에는 태양으로 대화를 부려내고 밤에는 조명이 낡은 소파처럼 외로움을 깎아내었어요 0.5mm 구멍 외에 빠져나갈 운명은 없어요 삶에서 진실이란 영점오 빼기 영점오, 죽음인가요 아니면 영점오 더하기 영점오 다시 태어남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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