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고 꽃이 지고 당신은 사라져 돌아오지 않는다. 당신이 없는 당신의 뜰에 바람이 불고 당신을 찾아가던 마지막 밤처럼 장대비가 내린다. 그 밤, 거짓말처럼 눈부신 국화꽃 향기에 취해 옛날처럼 상냥한 웃음을 날리던 액자 속 창백한 당신의 중절모는 기억의 벽걸이마다 걸려있는 당신의 부재였다. 우리 생애 가장 아름다웠던 풍경 속엔 늦은 오후의 미술관 길을 따라가던 담쟁이가을과 노래방 탁자위의 맥주와 멸치가 한 박자 느린 탬버린을 흔들던 봄날도 있었지. 우리는 오래 알았지만 준비된 말도 없이 멀어진 사람들......당신이 떠나간 북쪽 나라는 안녕하신지 그곳에도 꽃이 피고 꽃이 지고 바람이 불고 안개비가 내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아도 괜찮은 골목의 외등이 밤마다 못다 부른 노래로 반짝이는지 떠난 건 당신인데 내가 나서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당신이 선물한 이별 고개를 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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