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인 꽃 참답게 피었다
산을 오르다 헐렁한 바위틈 햇살에 몸을 맡긴 채 꽃이 된 화사化蛇를 보았다 꽃이어도 꽃을 찾아 바위틈에서 꽃다발을 이루는 무리, 손에 든 붉은 꽃잎 삽시간에 척척 널부러지고, 꽃을 앓아 꽃이 되지 못한 여자는 시퍼렇게 울었다
봄 언덕 빈 집 한 채 아직도 덜컹덜컹 낡은 문짝이 있다 가파른 어지럼증이 있다 뿌리내리지 못하는 황사바람 너머 어둡고 축축한 방, 한 줌의 고요가 마당을 휘저으며 혓바닥을 날름거리고, 용을 써 도망가도 제자리 숨이 멎는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다
달 뜬 몸 둥글게 말고 누운
잠과 잠 사이
참꽃 덤불 아스라이 걸려 있다
'Metaphor'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인육, 물고기자리 (0) | 2017.09.24 |
---|---|
박완호, 황홀한 저녁 (0) | 2017.09.24 |
신달자, 있다 없다 전설같은 연애하나 (0) | 2017.09.24 |
향돌, 머문 고백 (0) | 2017.09.24 |
신정민, 눈빛 (0) | 2017.09.24 |